바다 속 거인들의 위기
해양 포유류는 지구 바다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종입니다. 고래, 돌고래, 물개, 해달 등은 해양 먹이망의 균형을 유지하고, 인간에게도 문화적·경제적으로 큰 의미를 지닙니다. 그러나 기후변화, 해양오염, 불법 포획, 혼획 등의 이유로 많은 종이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. 2025년 기준 IUCN 자료에 따르면, 전 세계 해양 포유류의 약 37%가 멸종위기 등급에 속합니다.
이번 글에서는 현재 가장 위기에 처한 해양 포유류 7종을 선정해 특징, 서식지, 위협 요인, 그리고 보전 활동을 정리합니다.
1. 바키타(Vaquita, Phocoena sinus)
서식지: 멕시코 캘리포니아만 북부, 특히 코르테스해의 얕은 해역
-
현재 개체 수: 2025년 기준 20마리 이하로 추정,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해양 포유류
-
주요 위협: 불법 길넷(gillnet) 어망에 의한 혼획, 특히 토토아바(Totoaba)라는 어종의 부레 밀매와 연관
-
보전 활동:
-
멕시코 정부와 WWF가 협력하여 길넷 사용 전면 금지 구역을 지정
-
해상 순찰 강화 및 불법 어망 회수 작전 지속
-
지역 어민을 대상으로 대체 어구 사용 지원 프로그램 운영
-
국제사회가 토토아바 밀거래 근절을 위한 법 집행 강화
-
-
보전 필요성: 개체 수가 극히 적어 단 한 해라도 보호 조치가 미흡하면 기능적 멸종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.
2. 북대서양참고래(North Atlantic Right Whale, Eubalaena glacialis)
서식지: 북대서양 연안, 미국 플로리다에서 캐나다 노바스코샤 해안까지
-
현재 개체 수: 약 340마리, 번식 가능한 암컷은 100마리 이하로 추정
-
주요 위협:
-
대형 선박과의 충돌(Ship Strike)
-
어망과 로프에 얽힘(Entanglement)
-
먹이 감소와 해양 소음 증가로 인한 스트레스
-
-
보전 활동:
-
선박 속도 제한 구역 확대 및 계절별 항로 조정
-
로프 없는 어구 개발 지원
-
번식 해역 및 먹이터를 포함한 해양보호구역(MPA) 지정 확대
-
위성추적기 부착을 통한 개체 모니터링 강화
-
-
보전 필요성: 성장 속도가 느리고 번식 간격이 길어, 번식률 저하가 지속되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.
3. 향유고래(Sperm Whale, Physeter macrocephalus)
서식지: 전 세계 열대~극지방 해역의 심해, 특히 1,000m 이상 깊이에서 서식하며 먹이로 주로 대왕오징어를 사냥합니다.
-
현재 개체 수: 정확한 수치는 불명이나, 과거 산업 포경으로 수십만 마리에서 크게 감소한 뒤 회복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.
-
주요 위협:
-
해양 소음: 군사용 소나, 선박 엔진, 석유 시추 등에서 발생하는 저주파 소음이 장거리 의사소통과 사냥 능력을 방해합니다.
-
기름 유출: 원유 유출 사고 시 먹이 오염과 피부·호흡 피해가 발생하며, 번식률까지 저하됩니다.
-
-
보전 활동:
-
국제해사기구(IMO)와 WWF 등이 소음 공해 규제와 선박 항로 조정을 추진
-
특정 심해 구역을 저소음 해역(Quiet Zone) 으로 지정
-
포경 전면 금지 및 장기 모니터링으로 개체군 회복 촉진
-
-
생태적 중요성: 심해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, 먹이망 균형과 탄소 저장(고래 펌프 효과)에 기여합니다.
4. 듀공(Dugong, Dugong dugon)
서식지: 인도양과 서태평양의 얕은 연안, 특히 해초밭이 잘 발달한 해역
-
현재 개체 수: 전 세계 개체 수 정확히 불명, 일부 지역(예: 홍콩, 모잠비크)에서는 이미 지역 멸종 사례 발생
-
주요 위협:
-
연안 개발·어업 활동으로 인한 해초밭 파괴
-
불법 포획 및 혼획
-
선박 충돌, 해양오염
-
-
보전 활동:
-
해초밭 복원 프로젝트와 서식지 보호
-
해양보호구역(MPA) 확대 지정
-
지역 어민 교육을 통한 불법 포획 방지
-
-
생태적 중요성: ‘바다의 소’로 불리며, 해초밭을 갉아먹어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고 탄소 저장 능력을 높입니다.
5. 해달(Sea Otter, Enhydra lutris)
서식지: 북태평양 연안(알래스카, 러시아 캄차카, 일본 북부, 미국 서부)
-
현재 개체 수: 약 106,000마리, 과거 모피 사냥으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으나 보호 조치로 회복 중
-
주요 위협:
-
기름 유출: 털의 보온 기능이 손상되어 저체온증 위험 증가
-
해양오염 및 불법 포획
-
기후변화로 인한 먹이 자원 감소
-
-
보전 활동:
-
해안 오염 정화와 사고 예방 규제
-
불법 포획 단속 강화
-
생태관광을 통한 지역사회 참여 확대
-
-
생태적 중요성: 바다 성게 개체 수를 조절하여 해초밭을 보호하고, 연안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핵심 종입니다.
6. 혹등고래(Humpback Whale, Megaptera novaeangliae)
서식지: 전 세계 모든 대양에 분포하며, 극지방의 먹이터와 열대·아열대의 번식지를 오가는 장거리 회유종입니다. 이동 거리는 최대 8,000km에 달합니다.
-
현재 개체 수: 약 84,000마리로 추정되며, 국제포경위원회(IWC)의 상업 포경 금지 이후 일부 지역 개체군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, 북서태평양과 일부 남반구 집단은 여전히 감소 추세입니다.
-
주요 위협:
-
기후변화로 인한 크릴·작은 어류 감소
-
혼획과 선박 충돌
-
해양 소음 증가로 인한 교신 방해
-
-
보전 활동:
-
전 세계적인 포획 전면 금지
-
해양보호구역(MPA) 지정 확대
-
고래관광 규제 강화 및 친환경 관찰 지침 마련
-
-
생태적 중요성: 혹등고래의 배설물은 해양 영양순환을 촉진하며, ‘고래 펌프 효과’로 해양 생산성을 높입니다.
7. 벨루가(흰돌고래, Beluga Whale, Delphinapterus leucas)
서식지: 북극과 아북극의 얕은 연안, 강 하구, 빙하 주변
-
현재 개체 수: 약 150,000마리로 추정되나, 개체군별 차이가 크고 일부 지역은 급격히 감소 중입니다.
-
주요 위협:
-
해빙 감소로 서식지 축소와 먹이망 변화 발생
-
해양오염(중금속, 산업 폐수, 플라스틱)
-
기름·가스 개발로 인한 서식지 훼손과 소음 증가
-
-
보전 활동:
-
서식지 핵심 구역 보호
-
기후변화 대응 정책 참여
-
원주민 공동체와 협력한 지속 가능한 이용 관리
-
-
사회적 특징: 사회성이 매우 강하며, ‘벨루가 송’이라 불리는 다양한 발성을 통해 무리 내 의사소통을 합니다.
공통된 위협 요인
혼획(Bycatch) – 상업 어업에서 사용되는 길넷·자망·로프에 걸려 사망
-
해양오염 – 플라스틱, 기름, 중금속, 유기화합물 축적
-
기후변화 – 해빙 감소, 해류 변화, 먹이 감소
-
소음공해 – 군사 소나·선박·해양 개발 소음이 의사소통·사냥 방해
보전 전략
국제 협력 강화: IWC, CITES 등 국제협약을 통한 보호 규정 준수
-
해양보호구역 확대: 번식·먹이·회유 경로 포함
-
어업 장비 개선: 로프 없는 어구·거북 탈출 장치(TED)와 같은 혼획 방지 기술 적용
-
오염 저감: 플라스틱 생산·배출 감축, 기름 유출 대응 시스템 강화
-
기후변화 대응: 온실가스 감축, 해양 탄소흡수원(블루카본) 보전
-
지역사회 참여: 지속 가능한 생계 지원, 생태관광 관리
맺음말
멸종위기 해양 포유류의 감소는 단순한 종 손실이 아니라, 바다 생태계 전체의 불안정을 의미합니다.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바다의 건강과 인류의 미래를 지키는 일입니다.

